서울행정법원, “전화번호도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

토지등소유자가 실태조사를 위해 조합측에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명부의 공개를 요청할 경우 조합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 서울 북아현3구역 조합 등이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원명부 공개촉구 시정명령 처분취소’ 소송(2013구합64844)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다.

서대문구청은 북아현3구역 조합측이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명부의 공개를 요구한 한 토지등소유자의 요청을 거부하자 조합에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명부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조합설립에 동의하면서 업무처리 위해 조합에 전화번호를 제공했으나, 전화번호가 제3자에게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조합원과 조합 등은 위의 소를 제기했다.

원고들은 ▲조합 등이 법령의 규정에 따라 작성하는 본래적 의미의 조합원명부에는 각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적시하지 않도록 돼 있는 것인바,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전화번호는 조합 등이 업무의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수집해 보관하는 자료에 불과한 것임에도 이 사건 처분은 이를 만연히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조합원명부에 대한 ‘관련 자료’로 인정하는 것은 디지털 정보화돼가는 현대사회에서 주민등록번호와 동등하게 개인정보 식별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개인의 고유한 특정자료로서 기능하는 전화번호를 무단히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어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전화번호 역시 주민등록번호와 동등한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이를 부인함으로써 결국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며 ▲이 사건 처분은 전화번호라는 개인정보에 관해 정보주체의 명시적 반대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그 의사에 반해 전화번호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어서 이는 정보주체의 정보관리 및 처분권한을 무단히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부당하고 ▲정보주체인 조합원 개인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나타낸 경우라면, 관련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정보주체의 의사를 명확히 따라야 함에도 이러한 조합원의 의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원고 조합의 조합장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형사처벌 절차의 진행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이와는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지난 8월 19일 판결문을 통해 먼저 “도시정비법 제81조 제3항은 ‘추진위원회 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는 제1항 및 제6항에 따라 공개 및 열람․복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제81조 제6항은 추진위원회 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가 조합원,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복사 요청에 응해야하는 대상으로 조합원명부 등을 포함한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를 들고 있다”며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제15조 제1항 제6호는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7조에 따른 조합설립인가 신청서 및 첨부서류의 작성방법으로 ‘조합원명부에는 조합원 번호, 동의자의 주소, 성명 및 권리내역을 기재해야 하며 동의율을 확인할 수 있는 동의 총괄표를 첨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전화번호가 조합원명부의 필수적 기재사항은 아닌 점 ▲2014년 1월 23일 개정되기 전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시행규칙은 조합원명부상 조합원에 대해 ‘성명, 생년월일, 주소’를 기재하도록 조합원명부의 서식을 마련해 두고 있었던 점 ▲2012년 2월 1일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16조의2 제1항은 추진위원회의 승인 또는 조합 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 바,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진위원회․조합의 해산 또는 정비구역 등의 지정해제를 희망하는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에게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명부 등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게 할 필요성이 있는 점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는 조합이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목적으로 수집하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조합원명부에 기재된 전화번호는 도시정비법 제81조 제6항 제2호에서 정한 조합원명부 그 자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도시정비법 제81조 제6항 본문의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따라서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명부는 도시정비법 제81조 제6항에 의해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복사 요청에 응해야 하는 대상에 해당하므로, 조합은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명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재판부는 원고측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도시정비법 제81조 제3항은 공개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보를 주민등록번호에 한정하고 있는 점 ▲서울시가 마련한 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추진위원회․조합의 해산 또는 정비구역 등의 지정해제를 희망하는 토지등소유자․조합원에게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명부 등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전화번호 공개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조합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청구의 목적, 청구인 자격 및 제공받는 자의 수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 ▲이와 같이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명부 등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정보를 추진위원회․조합의 해산 또는 정비구역 등의 지정해제를 희망하는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에게 공개해야할 공익이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원고 조합에게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명부를 공개하도록 의무를 지운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는 점 ▲개인정보 보호법은 제18조 제2항 제2호는 ‘개인정보처리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이익을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 조합은 전화번호를 원고 조합에게 제공한 조합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보주체인 조합원의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도시정비법 제81조 제3항, 제6항에 따라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명부를 공개할 수 있다고 봐야하는 점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를 위반해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개인정보 보호법은 이와 같은 형사처벌 조항을 통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 “원고 조합이 도시정비법 제81조 제6항에 따라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명부를 공개하는 것이 도시정비법 제81조 제3항 또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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