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고원 김수환 파트너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사법인 기린 전연규 대표법무사
법무사법인 기린 전연규 대표법무사

◇ 들어가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조합장 등 조합임원들로 하여금 조합원 등의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된 문서들의 열람·복사 요청(이하 편의상 ‘정보공개청구’)에 응할 의무를 지우고(제124조 제4항), 15일 내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제138조 제1항 제7호). 도시정비법이 조합 임원의 결격사유로 ‘도시정비법위반의 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선고 받고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규정하고 있으므로(제43조 제1항 제5호), 조합 집행부, 조합원 등 조합 구성원들로서는 정보공개에 관한 조합임원의 공개의무가 어디까지 인정되는 것인지 초미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아래에서는 법원 판결들을 기준으로 조합 임원에게 부여되는 정보공개의무의 범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 정보공개 청구권자 및 공개의무자의 범위

도시정비법이 공개의무자로 ‘추진위원장’, ‘청산인을 포함한 조합임원’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자가 공개의무자임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추진위원장 및 조합임원의 ‘직무대행자’의 경우는 어떠할까? 직무대행자는 크게 정관상 직무대행자(조합장 궐위 시 이사 중 연장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는 조합 정관에 근거)와 법원 선임 직무대행자(가처분 결정으로 인한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나눠볼 수 있다. 정관상 직무대행자의 경우 통상 조합의 임원이므로, ‘조합임원’에게 정보공개 의무를 부여한 도시정비법 규정상 공개의무자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의 경우 통상사무 외의 행위를 할 수 없으나,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 업무는 통상사무로 봐 역시 공개의무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2532 판결 – 유죄취지).

또한 종래 청산 중인 조합의 경우 ‘청산인’이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바 있고,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청산인의 경우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추진위원회 위원장 또는 조합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바 있으나(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도17145 판결), 2016년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청산인’을 정보공개 의무자로 명확하게 포함시킴으로써 현재는 청산인 역시 ‘정보공개에 응할 의무가 있는 자’다.

더불어 도시정비법은 정보공개의 청구권자로 ‘조합원’ 및 ‘토지등소유자’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금청산이 완료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의 경우 비록 현금청산대상자에 해당하더라도 정보공개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267 판결 - 유죄취지).

 

◇ 정보공개 청구 양태에 따른 정보공개의무 여부

어떤 정보공개청구 양태에 따라 정보공개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우선 ‘정보공개청구 이후 15일 내 조합사무실을 방문하지 않은 경우’ 등 정보공개의 방법을 특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조합원에게 정보공개를 해줘야 하는지 여부다.

중요판결로, 2018년 대법원은 열람·복사의 방법을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조합임원으로서는 ‘현장교부, 우편,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이메일 등)’ 중 어느 하나의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도13811 판결- 유죄취지).

다음으로는 ‘사용목적을 기재하지 않은 정보공개청구’의 경우다.

도시정비법 시행규칙은 열람·복사의 요청은 ‘사용목적 등을 기재한 서면’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시행규칙 제22조). 따라서 사용목적을 전혀 기재하지 않는 경우 도시정비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례가 나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2018. 10. 26. 선고 2018노1910 판결(확정)의 경우 도시정비법이 위 시행규칙에 따른 형식적 요건을 갖춰 열람·복사를 요청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목적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 그 요청에 따를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무죄).

그러나, 부산지방법원 2020. 8. 21. 선고 2019노3864 판결의 경우 사용목적을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조합임원이 이를 문의한 적도 없었고 ▲정보공개의 제반 경위상 그 사용목적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유죄).

사견으로는 단순히 ‘알 권리’라는 사용목적 기재를 하더라도 도시정비법 위반의 죄가 성립하는 점, 정보공개청구 자체로서 위와 같은 사용목적이 특정된다고 볼 수 있는 점에 비춰 비단 사용목적의 기재가 없더라도 정보공개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사용목적이 불분명한 정보공개청구’ 역시 조합임원에게 정보공개의무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1. 4. 16. 선고 2020고정395 판결(확정)은 위 시행규칙 제22조가 ‘사용목적을 기재한 서면’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사용목적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꾀하기 위한 목적’과 같은 다소 불분명해 보이는 사용목적 역시 폭넓게 ‘사용목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유죄).

그렇다면 ‘열람등사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정보공개청구’의 경우는 어떨까. 조합원이 정보공개청구 이후 조합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15일 내 열람등사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조합임원이 열람·복사에 응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 수 있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5항이 ‘복사에 필요한 비용은 실비의 범위에서 청구인이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서울특별시의 경우 조례로써 ‘조합원 등은 조합의 비용 납부 통지 후 10일 내 수수료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서울특별시 조례 제87조 제1항).

그러나, 열람등사비용의 지급은 법령에서 정한 정보공개청구의 요건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조합원이 비용 지출을 거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도시정비법위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 6. 24. 선고 2019고정367 판결(확정) 등 - 유죄].

또 대다수의 조합은 조합원이 정보공개로 취득한 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하거나 사용목적의 범위를 넘어 이를 이용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위반과의 상충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비밀준수각서’ 등의 작성을 정보공개청구시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밀준수각서 작성에 불응하는 경우’ 정보공개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면, 비밀준수각서의 작성을 거부하는 경우 그 거부를 이유로 한 정보공개 불응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무죄라고 판단[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2. 9. 선고 2016노2403 판결(확정) - 무죄]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위 형법상 ‘정당행위’라는 것은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나 제반 사정에 비춰봤을 때 위법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각 행위마다 일률적으로 이와 같이 판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비밀준수각서’는 도시정비법령상 정보공개청구권자에게 필요적으로 요구되는 서류가 아니고, 각서에 서명하지 않더라도 위반행위시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은 마찬가지인 만큼 이를 작성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처벌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여타 판결에서 역시 법률의 근거가 없는 이행각서의 작성 거부만을 이유로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3. 26. 선고 2019고정50 판결(확정) -유죄]한 바 있다.

또한 조합원이 ‘대리인을 통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대리인은 본인과 같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만큼 이 역시 유효한 정보공개청구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도13811 판결(제1심 판결 참조) - 유죄].

 

◇ 공개 의무가 있는 ‘관련 자료’의 범위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에서 가장 문의가 많은 것이 ‘공개 대상 자료의 범위’인데, 이는 도시정비법 제124조에서 공개 대상의 자료로서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관련 자료’를 공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래 대법원은 2012. 2. 23. 선고 2010도8981 판결로 ‘관련자료’의 판단에 대해 그 기준을 설시한 바 있는데, “규범체계적 해석으로 열람·복사의 적용범위가 구체화될 수 있는 경우 위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총회의 ‘참석자 명부’와 ‘서면결의서’는 도시정비법 제124조(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제3호로 규정하는 ‘총회의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고 그 내용의 진정성(의사정족수,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 총회 의결 절차의 적법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라고 판단해 위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유죄 취지).

이후 법원은 ‘조합설립동의서’의 경우 역시 위 ‘관련자료’에 해당한다고 봐 공개 대상 정보로 판단(부산지방법원 2018. 1. 11. 선고 2017고정333 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1. 9. 30. 선고 2021고정64 판결 등 – 유죄)한 바 있고, 서면결의서 역시 의결내용과 조합원의 개인정보 부분을 분리해 공개하더라도 이는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보공개의 방법이 아니라고 봐 ‘서면결의서 원본’을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 한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6. 15. 선고 2018고정404 판결)한 바 있다.

조합원의 중요한 개인정보로 분류되는 ‘개별 조합원의 휴대전화번호’ 역시 하급심에서 판결이 엇갈리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명백한 공개대상으로 정리된 바 있는데(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 유죄 취지), 나아가 대법원은 이와 같은 휴대전화번호가 설사 조합원명부에 기재돼 있지 않더라도 조합이 전화번호를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면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는 ‘관련 자료’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더해 법원은 ‘사업시행인가 신청 관련 전부, 관리처분 내역서 관련 전부’와 같은 자칫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역시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호 및 제5호에서 규정한 '사업시행계획서' 및 ‘관리처분계획서’와 각 관련 자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공개의무를 부여하고 있다(창원지방법원 2021. 10. 21. 선고 2021노1011 판결 ※ 해당 사건 제1심은 정보공개 대상 자료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

따라서 조합 임원으로서는 형사처벌에 따른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위험성, 법원의 ‘관련자료’에 관한 판단기준이 포괄적인 점 등을 이유로, 원칙적으로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정비사업 시행 자료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이 광범위한 ‘관련자료’의 해석 기준에 제한을 두면서 이를 지나치게 확장해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법원은 총회의 ‘속기록’, 서울특별시 클린업시스템(현 정비사업정보몽땅)의 운영지침에 따라 작성이 요구되는 ‘자금수지보고서’는 정보공개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원심을 파기했다(해당 부분 무죄 취지). 위 대법원 판결 취지는 결국 ‘속기록’의 경우 ‘의사록(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의 진정성립 및 내용의 진정성 여부는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참석자의 구체적 발언 내용까지 담긴 속기록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자금수지보고서’의 경우 역시 ‘결산보고서(같은항 제9호)’ 내용의 진정성을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같은항 제8호)’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위 각 ‘의사록’과 ‘결산보고서’를 관련자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334 판결).

[한편 같은 취지로 ‘이사회 회의 녹취파일’은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5. 21. 선고 2015노499 판결로 공개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확인된 바 있다.]

이와 같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관련자료’의 범위에 일정한 제한을 둔 위 대법원 판결은 그간 광범위하게 인정되던 공개 대상 정보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유의미한 판결로 보인다.

 

◇ 현행 정보공개 제도에 대한 소고

현행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청구 제도는 조합원들의 알 권리 및 재산권 보호라는 순수한 목적 외에도 조합임원에게 임원결격사유를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선 복사할 양이 많은 문서, 예를 들어 조합설립동의서 일체, 총회 서면결의서 일체, 각종 용역도서 일체 등 투망적 자료 요청의 경우 매 요청에 15일 내 제대로 복사해 교부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도시정비법은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조합원의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24조 제3항의 반대해석 및 다수의 재판례), 개인정보의 공개를 원하지 않는 조합원들은 그 의사와 상관없이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 자신의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각호의 서류’를 이미 작성·변경 후 15일 내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도시정비법 제124조), 이에 따라 서울시의 경우 정비사업 정보몽땅(구 클린업시스템) 제도를 도입해 모든 조합원으로 하여금 언제든 열람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모든 조합은 조합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그간 축적된 법원의 정보공개청구 제도에 관한 법리와 더불어, 필자는 그간 정비사업 현장에서 최초 도입 취지와 다르게 정보공개의 남용으로 개별 조합원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출과 사업시행의 저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바 있다.

조합원의 알 권리와 공개 대상인 조합원의 개인정보보호, 정비사업의 투명성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현행 정보공개 제도의 수정, 예를 들어 ▲제공할 양이 많은 문서의 경우 조합이 15일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 방법 ▲정보의 임의 가공, 유출을 막기 위해 청구인에 대한 도시정비법 내 벌금 규정을 신설하는 방법 ▲국가, 지자체에서 조합이 공개하는 정보에 공개청구한 조합원, 교부일시 등을 특정할 수 있는 제도 및 시설을 마련하는 방법(워터마크 출력 등) 등의 방안을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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