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기대 속에 가려진 단점 드러나

올해 초 정비사업 시장을 강타했던 신탁사 단독시행 방식 재건축사업(이하 신탁사 재건축사업)의 열

기가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추세다. 신탁사 재건축사업에 대한 토지등소유자들의 기대가 한풀 꺾인 탓이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신탁사들을 불러 ‘과도한 수주경쟁’에 대해 경고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 속에 탄력적으로 진행될 것 같았던 신탁사 재건축사업이 이처럼 급격하게 기대를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탁사 재건축사업, 인기 모았던 이유는?

신탁사 재건축사업은 지난 2015년 9월 개정돼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조합설립 동의요건 이상의 토지등소유자가 동의하는 경우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본격화됐다. 토지등소유자들이 신탁사에 토지를 신탁하면, 신탁사가 단독 시행자로서 사업비 조달부터 시공자 선정, 분양에 이르기까지 재건축사업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특히 신탁사 재건축사업은 사업기간 단축에 대한 기대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초과이익환수법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인 만큼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 했던 단지는 물론,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신탁사 재건축사업을 선택할 경우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정비회사 및 설계사 등을 선정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추정분담금 공개 후에는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시공자 선정, 도시계획 및 건축․교통 심의, 사업시행인가 순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정비회사․설계자 선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조합 임․대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 기간 등 창립총회 개최 및 조합설립인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이에 각 신탁사들은 사업기간 단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강남권을 포함한 알짜단지들을 중심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재건축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또한, 신탁사들은 “신탁사 재건축사업은 조합 자체가 없는 만큼 조합 임원 등의 비리가 발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 만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경비절감에 대한 기대가 신탁사 재건축사업이 조명 받았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신탁사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동의서 징구나 총회 개최 비용 등 사업초기 부담이 될 수 있는 비용은 물론, 사업 완료 시까지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자금 차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뚜껑 열어보니 … 기대 떨어지고 신탁 수수료 가장 큰 부담

하지만, 신탁사 재건축사업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본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먼저,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됐던 ‘사업기간 단축’의 경우 “실제로 사업을 완료한 ‘전례’가 없는 만큼 아직까지는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실적인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 사업시행인가 후 절차는 조합 방식과 동일한 만큼 사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사업초기 단계에서 시간을 절약해야 하는데, 신탁사 재건축사업 자체가 토지등소유자 3/4 이상의 사업방식에 대한 동의와 1/3 이상의 토지신탁동의로 시작되는 만큼 시작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이와 같은 의견에 더욱 힘을 싣는다.

“초과이익환수제의 회피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국토부가 지난 3월 과도한 수주경쟁에 대해 경고할 당시 “사업시행인가 단계부터 관리처분신청까지만 해도 평균 8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 사업승인인가를 마친 경우에나 환수제를 피해갈 수 있다. 재건축 조합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꺼졌다.

특히, 많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신탁사 재건축사업에 실망감을 얻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과다한 수수료’에 있다. 진작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지만, 빠른 사업진행에 대한 기대로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신탁 수수료’에 대한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빠른 사업진행이라는 가장 큰 장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상 전체 사업비의 3~4%로 책정돼 웬만한 규모의 재건축사업일 경우 수백억원에 달하는 신탁 수수료는 조합원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신탁계약을 맺고 나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통상적인 토지신탁계약서는 이해관계인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수탁사의 귀책사유 없이 신탁계약을 해제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신탁사가 제시하는 조항을 수정하지 못하면 계약해지가 어려워진다”는 점은 신탁사 재건축사업 진행 시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대표적인 주의사항 중 하나다.

한국도시정비협회 윤도선 회장은 “당초 신탁사 재건축사업을 도입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시공사가 적정 수익률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주를 꺼려하는 소규모 사업장 등에 자금력이 풍부한 신탁사가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해당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한때 사업기간이 단축된다고 하니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신탁사 재건축사업이 조명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대감에 가려진 단점들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사업장의 현황을 면밀히 검토해 득실을 따져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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