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화인산업개발 박명화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어느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우편물 한통이 도착한다.

‘오랜 기간 이곳에 살면서 유소년기를 보내고 시집도 가고 장가도 가고 어느덧 손자, 손녀를 보며 소일거리로 나름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알지도 못하는 내용에 동의하라니….’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라면 구역지정단계부터 청산까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년 동안 찬성과 반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조합원은 수십 년간 일궈온 자산을 출자해 조합을 결성하고, 조합은 정비사업의 비례율을 통해 자산을 출자한 조합원에게 이익과 손해를 배분하게 된다. 사업구역 위치에 따라 구역 내 조합원 출자자산의 가치는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며, 정비사업으로 얻게 되는 전체 자산의 가치는 몇 배의 가치로 변하게 된다.

이와 같이 천문학적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조합은 경험이 부족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 경험을 사게 되는데, 여기서 경험이란 그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과 소속된 직원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자신들만의 역량으로 조합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관리업자는 보편적으로 사업단계별로 추진위원회,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착공, 청산 등 각종 인허가 업무와 조합원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총회를 준비하고, 조합의 일상적인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구역에서 ‘정비회사가 조합설립동의서를 왜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냐? 그러라고 비싼 용역비 주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물론 정비사업은 조합설립이 돼야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지만, 조합설립 이전 단계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역할이 자금을 보조하거나 동의서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본연의 역할보다 앞서 언급한 역할로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비사업은 각 단계별로 수십 곳의 협력업체가 모여 각각의 전문성으로 역할을 다해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것인데, 그 중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합원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길은, 사업의 원가는 줄이고 상품성이 높은 아파트를 만들어 부동산시장에 높은 가격에 파는 단순한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는 길은 알 수 있으나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그 방법과 적절한 해법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비사업은 각 사업단계별로 준비하는 과정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일이 보통인데, 우선은 그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보편적인 업무를 대행하는 것만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역할을 다했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다.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법 개정, 정책의 변화 등 조합원의 자산가치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놓친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재건축초과환수제의 부활, 조합원자격 양도금지, 이주비지급기준, 조합원의 청약금지 등의 경우 특정 사업단계와 기간으로 적용대상 여부가 나뉘기 때문에 너무도 많은 사업장과 조합원이 사업지연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거나, 그 손해가 불가피한 경우가 생기게 된다.

필자의 경우도 정비계획 변경단계, 건축심의 준비단계, 사업시행단계, 관리처분단계, 이주단계 등 정비사업 진행과정의 각 단계에서 ‘내가 방법을 달리하고 조금의 노력을 더 했더라면 사업기간을 조금 더 단축시킬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고, 알고 있는 부분이 내 업무영역 밖이라 생각돼 지나치거나 미처 챙기지 못해 사업에 영향을 주는 것을 지켜볼 때 책임을 다하지 못해다는 후회가 밀려온 적도 있었다.

그 후로 다른 협력회사가 놓칠 수 있는 부분 하나까지도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긴장하며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물론 사업지연의 책임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역할 때문만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합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이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경험이 부족한 조합을 대신해 각 협력회사가 주어진 기간 내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추진상황을 면밀히 확인해 업무를 지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은 철근콘크리트와 건설장비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닌 사람이 모여 짓는다고 말하고 싶다. 시공업무, 설계업무, 친환경관련업무, 세무업무, 법무업무, 변호업무, 각종 평가업무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와 조합원의 결정으로 지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있다고 생각된다. 때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전체 사업을 지휘하고, 작은 의미로 조합의 경영을 컨설팅하게 되며 조합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합원들은 내용보다는 결과만으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선택하게 되는 것인지와 선택의 결과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조합원의 선택이 곧 조합원 자산의 증감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역할을 최대치로 이끌어 내야만 성공적인 정비사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정비사업 종사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과 정비업계 종사자는 전문가로 인식돼야 한다는 뜻에서 올해부터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로 참여했다. 하루속히 한국도시정비협회가 진정한 의미의 ‘정비사업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그 역할을 다하길 기대하며, 필자 또한 그에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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