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계약이라면 임의해지권 유지된다”

신규 임대차계약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기존 계약의 갱신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하급심 판결(20232016548)이 나왔다.

A씨는 B씨로부터 아파트를 임차(기존 임대차)해 임대차기간 2년이 경과한 후 약 2개월 동안 별도의 계약 없이 계속 거주해왔는데,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면서(신규 임대차) 보증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임대차기간만 신규 임대차계약서 재작성일로부터 2년으로 정하고, 특약사항란에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다.

이후 A씨는 신규 계약일로부터 약 6개월 후 B씨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뜻을 표한 뒤 아파트에서 퇴거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B씨는 신규 임대차계약은 임대차기간을 202345일까지로 명시한 새로운 재계약이거나, 적어도 A씨가 임의해지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것으로서 주택임대차법상 임의해지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면서 이 사건 해지통지가 부적법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의 생각은 B씨와 달랐다.

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의 판단을 살펴보면, 먼저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법은 임차인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묵시적 갱신(6)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에 의한 갱신(6조의3)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을 모두 2년으로 보면서도, 임차인은 그 임대차계약을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6조의2) 규정하고 있다이는 주택임대차의 존속기간을 보장하면서도 임차인이 원하는 시기에 이사할 수 있도록 해 임차인의 지위를 더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외에도 주택임대차법은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고 규정해(10) 편면적 강행규정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당사자 간에 표시된 의사와 그 해석이 명백하지 않은 한 임차인의 위 임의해지권의 포기 내지 상실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고,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갱신계약, 재계약등의 형식으로 임대차를 연장하는 취지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위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 주택임대차법상 묵시적 갱신에 의한 경우임차인의 (명시적) 갱신요구에 의한 경우모두 임차인의 임의해지권이 인정되는 것인 만큼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당사자 간에 계약 갱신 내지 기간연장에 관해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임차인의 임의해지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위 입법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에서 작성한 신규 임대차계약서의 내용을 기존 계약서와 비교해 보면, 임대차기간 날짜 외 기타 계약조건의 특별한 변경이 없으며, 특약사항란에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임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다이에 비춰볼 때 이 계약은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됨에 따라 기간이 연장됐음을 확인하고, 이를 서면으로 명확하게 하기 위해 작성한 것일 뿐, A씨가 보유한 임의해지권을 포기·상실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신규 임대차계약서에서 임대차기간을 이 사건 임대차의 법정갱신에 따른 2, 202122일부터 202321일까지가 아닌 ‘202146일부터 202345일까지로 특정해 기재하긴 했으나, 이는 주택임대차법상 갱신 기간 2년을 신규 계약서 작성일로부터 기산해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A씨가 법정갱신기간 외 추가로 2개월여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받게 되기는 하지만, B씨의 주장대로 그 대신 같은 기간 동안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중도 임의해지권까지 잃게 된다고 보는 것은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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