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선정 정비회사 조합 승계 명문화 필요
불필요한 절차 강요, 현장 혼란에 조합 부담만 가중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32조에서는 추진위원회의 기능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 조항을 문언적으로만 보면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 한도 내에서 정비회사 등의 업무가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회사가 조합설립 이후 업무를 수행할 경우 무효인 부분 역시 조합원총회에서 추인 결의를 하는 이상 그때부터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정비회사는 설계사와 달리 도시정비법 제29조 제1항에 따른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설계사 선정보다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고 있고(도시정비법 제32조 제2), 국토교통부 고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른 절차와 방법으로 선정한 정비회사의 경우 조합원총회에서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선정하게 되므로 결국 선정절차와 방법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정비회사의 업무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준공 및 이전고시에 이르는 정비사업 절차 전반에 있어 서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진위에서 선정한 설계자는 조합에 승계되는 반면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정비회사는 재선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기에 조합설립 이후 정비회사 선정절차를 다시 거치도록 하는 것은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무의미한 절차의 반복을 강요하는 것에 다르지 않으며, 재선정 과정에서의 혼란과 비용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회사는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한도에서는 효력을 가지지 않으므로 그 선정이 조합에 자동으로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추인결의를 거친다면 새로운 선정절차가 없더라도 승계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실제로 이에 관해 법원도 추진위원회 당시 선정한 정비회사를 조합원총회에서 추인 결의하는 경우 조합의 업체선정은 유효하다고 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비회사 승계문제, 왜 불거졌나?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회사가 창립총회에서 추인을 받아 조합에 승계되던 것이 불문율처럼 적용되던 현실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 201996일 법제처 유권해석 이후부터였다.

당시 법제처는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회사의 업무범위를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관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 도시정비법령의 문언을 기초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정비회사의 업무범위에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유권해석 이후 정비사업 현장에서 정비회사의 지위 인정을 놓고 소송이 벌어지거나 소위 비대위측에 공격 빌미를 주는 등 심대한 혼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정비사업 전문변호사들은 이 유권해석에 대해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창립총회 추인 결의를 득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제처 또한 이 유권해석에서 도시정비법령이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조합 설립 전 업무로 한정하는 취지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법제처 유권해석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가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관한 것으로 한정된 점이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도록 도시정비법령상 관련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하면서 법령 개정 권고를 하고 있음).

 

도시정비법령 개정 필요

결국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제한하려면 다른 법률상 근거가 필요한데,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1호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추진위원회 업무로 규정하고 있을 뿐, 특별히 위탁받거나 자문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제한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다.

, 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은 추진위원회가 수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관련법령을 종합해 볼 때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가 조합 설립 이전의 것으로 제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표(이하 별표 운영규정’) 5조 제3항이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로 별표 운영규정 제5조 제1항 각호(5조 제1항 제2호 제외)를 들고 있는 것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조합이 아닌 추진위원회를 구속하는 규범으로 추진위원회의 업무에 속하는 사항을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일 뿐, 국토교통부 고시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조합 설립 이후 업무범위 수행 가부를 규정하려는 취지로 보이지도 않는다.

법제처 유권해석은 행정부 내부에서 법령의 집행과 행정의 운영을 위해 통일성 있는 법령해석의 지침을 제시하는 제도로서,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법적 기속력은 없으며, 법령 소관 중앙행정기관 등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고려해 다르게 집행하는 경우도 있다.

법제처 역시 법제처 법령해석은 법령해석 당시의 법령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법령해석 후 해석대상 법령이 개정되는 등 법령해석과 관련된 법령 내용이 변경된 경우 종전 법령에 대한 법령해석의 내용이 현행 법령과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현행 법령 및 법제처 법령해석과 다른 내용의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법원의 확정판결을 참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법제처 유권해석 이후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창립총회에서 추인됐을 경우 조합에 승계되는 것에 하자가 없다는 내용의 법원 판결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현장에 혼란만 초래하고 있는 추진위원회 선정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조합 승계 불가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도시정비법령의 개정[예컨대 도시정비법 제45(총회의 의결) 1항 제5호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 ,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창립총회에서 추인한 경우 선정된 것으로 본다로 개정]을 통해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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