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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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 원고는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20061024일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07913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 원고는 이 사건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이 사건 정비구역 내 도로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피고들(대한민국, 동대문구)과 국공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이 사건 각 매매계약에 따라 피고들에게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한 후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 한편, 원고의 조합원인 소외 F, G가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원고의 조합설립인가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0625설립인가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는 내용의 승소판결을 받았고(서울행정법원 2009구합44478), 위 판결은 항소 및 상고가 기각(서울고등법원 201023011, 대법원 20117656)2013524일 확정됐다.

. 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2014522일 원고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설립무효의 등기가 마쳐졌다.

 

원고의 주장

.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매매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매매대금 및 그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계약에 해당하는데, 원고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돼 원고가 더 이상 이 사건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없게 돼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은 무효다.

. 이 사건 각 토지는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에 따라 원고에게 무상양도돼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매도했으므로, 이사건 각 매매계약은 강행규정인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을 위반해 무효다.

 

법원의 판단 (2022가합25664 판결)

- 정지조건 불성취로 인한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당해 법률행위를 구성하는 의사표시의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의사표시의 일반원칙에 따라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 즉 조건의사와 그 표시가 필요하며, 조건의사가 있더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시되지 않으면 법률행위의 동기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만으로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10797 판결 등 참조). 또한 어느 법률행위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었는지 아닌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그 조건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3576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춰 살피건대, 이 사건 각 매매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정비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이라는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가 외부에 표시되지 않는 이상 이는 이 사건 각 매매계약 체결의 동기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고, 달리 이 사건 각 매매계약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조건이 붙어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 위반으로 인한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 후단은 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해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그가 새로이 설치한 정비기반시 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에서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비춰보면, 이는 민간 사업시행자에 의해 새로 설치될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에서 용도폐지될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를 강제하는 강행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위 규정을 위반해 사업시행자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 등은 무효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20751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도시정비법 제2조 제4호는 도로를 정비기반시설의 하나로 정하고 있고, 구 도시계획법(200224일 법률 제6655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설치된 도로뿐만 아니라, 도로법상 노선 지정인정 공고와 도로구역 결정고시를 거쳐 설치된 도로법상 도로도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에 따라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일반공중의 교통을 위해 이용됐을 뿐 위와 같은 관계 법령에 따라 설치된 것이 아닌 이른바 사실상 도로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62410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이라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19410 판결 등 참조).

먼저 이 사건 각 토지가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이 정한 무상양도의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 살펴본다. 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정비사업 시행으로 인해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에 도로 2460.30가 포함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 각 토지가 위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된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또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해 구 도시계획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도로가 설치됐다거나 도로법상 노선 지정인정 공고와 도로구역 결정고시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토지가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이 정한 무상양도의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201728일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개정 도시정비법) 97조 제2, 3항 제42) 는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 중 하나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 중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되고 있는 부지, 이른바 현황도로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각 토지가 개정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이 정한 무상양도의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 살펴본다.

개정 도시정비법은 201829일부터 시행되고(부칙 제1), 개정 도시정비법 중 제97조 제3항 제4호는 위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는데(부칙 제2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정비사업에 관한 사업시행인가는 개정 도시정비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07913일 이뤄졌으므로, 개정 도시정비법 제97조를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고, 결국 이 사건 각 토지가 개정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이 정한 무상양도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원고는 위 주장 외에도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착오해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원고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돼 더 이상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없게 됐는바,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이 사건 각 매매계약 당시 당사자들이 원고가 장차 이 사건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원고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당초부터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었음이 확인된 이상 원고에게는 그에 관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따라서 원고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실효됐음을 내세워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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