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은 기본적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기초해 마련됐고, 실제 소규모정비사업 중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은 원래 도시정비법에서 규율하고 있던 사업이기도 하며, 대부분의 절차 진행은 도시정비법에 그 기초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절차가 조합설립과 일부 관리처분계획 등 절차를 제외하면 도시개발법이나 다른 부동산시행 등과 비교해 매우 특별하다 보긴 어렵고,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위에서 설명한 법령 취지에 더해 사업시행계획 인가 절차에서 관리처분계획을 한꺼번에 수립하도록 돼있는 점, 최근 모아타운 등 사업의 근거규정을 마련한 점, 사업의 신속성을 도모하고 각종 지원절차가 다수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도시정비법과는 또 다른 특수 법령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실무 관행은 소규모주택정비법상 근거규정보다는 도시정비법상 근거와 법리에 의해 해당 사업의 절차상 적법·유효성을 판단해왔고,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소규모주택정비법에서 준용하지도 않는 법령을 근거로 조합임원 등을 형사 처벌하는 등의 우를 범하기도 했다.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실무 관행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했는바, 해당 판례를 간단히 소개한다.

대법원은 소규모주택재건축사업에 관해서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되는데(2, 3조 제1),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2호는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하고, 137조는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총회의 의결사항에 관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소규모주택정비법 제56조 제1항은 조합의 법인격정관임원 등에 관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2호를 준용한다고 규정하나, 도시정비법 제137(처벌규정)를 준용하고 있지 않다. 다만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제61조 제1호에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을 처벌하도록 따로 규정한다면서 이와 같은 규정 체계에 비춰 도시정비법이 아닌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설립인가를 받은 소규모재건축조합의 조합임원을 도시정비법 제137조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9906 판결)한 뒤,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해당 판례는 우선 죄형법정주의’, 즉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의 법률로 규정돼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기초해 명확히 준용하고 있지 않은 법령을 근거로 행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소규모정비사업에서 자주 도시정비법을 바로 적용해 조합임원을 고발조치하거나 이를 문제 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소규모정비사업에서 도시정비법 제29조를 함부로 유추 적용하는 실무 사례도 자주 발견된다. 도시정비법 제29조에서는 정비사업 시행자가 용역, 공사, 물품구매 등 계약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에 부쳐야 하고, 2회 경쟁입찰이 유찰되는 경우 지명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구체적 절차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라는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 정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주택정비법 제56조는 도시정비법 제29조를 준용하고 있지 않으며, 결국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도 적용되지 않는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인데, 소규모주택정비법에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시공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기준이 별도로 존재하고, 오로지 시공자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과 관련해서만 도시정비법 제29조 제3항 및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준용한다.

따라서, 시공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용역업체는 별도로 도시정비법 제29조 또는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에 근거한 입찰 등 절차가 불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규모정비사업조합에서는 도시정비법 제29조 및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른 입찰절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정비사업조합 또는 기타 시행자들이 토지등소유자들의 민원 발생 및 관할 관청의 거부권 등을 염려하는 점은 일면 이해가 되는 점이 있다.

그러나 소규모정비사업 역시 규모가 작을 뿐, 다른 도시정비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절차진행을 해야 하고, 여러 협력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대규모 도시정비사업과 동일하다. 신속성을 강조하는 소규모정비사업에서 입법자의 의도와는 달리 대규모 도시정비사업과 동일한 입찰절차 등을 진행해 스스로 사업기간을 장기화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는 것은 올바른 사업진행이 아니라 보인다. 나아가 위와 같은 실무 관행은 신속성을 강조하는 소규모정비사업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뿐만 아니라, 소규모정비사업의 사업 실정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소규모정비사업의 기본적인 개념, 그리고 절차가 대부분 도시정비법을 기초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규모정비사업만의 특성이 분명히 있다. 양 법은 구별되는 것이고, 소규모주택정비법에서는 제56조에서 도시정비법을 준용하고 있는 부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소규모정비사업에서 도시정비법을 준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함부로 도시정비법을 유추 적용해 소규모정비사업의 강점을 스스로 퇴색시키는 실무 관행은 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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